식혜는 수더분한 구석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까다로웠다. 입덧 시기엔 재환을 그리도 고생시켜 놓고 식욕을 찾자마자 곧바로 변비를 앓게 했으며, 종국에는 혈압까지 높혔다. 정상 범위에 간신히 드는 수치라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민현의 잔소리는 꺼질 날이 없었다. 물론 걱정되어 나오는 말이란 걸 재환도 알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본래 짭쪼름한 음식이 취향인 저라 스스...
막달에 드니 닥쳐오는 공포감이 새삼스러웠다. 많이 아플까. 어금니를 깨물고 있는 것이 종일이라 멀쩡한 이도 흔들린다 하였고, 벌어지는 골반뼈와 비례하여 눈알이 뒤집힌다 하였다. 그래도 나는 형. 무통주사 안 맞을 거야. 근심을 담은 민현의 미간이 펴질 생각이 없다. 너 그거 이상한 고집이야. 재환은 오롯한 고통과 비례하여 참된 부성애도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
스물 아홉에서 서른으로 진입했을 그 시점의 과도기를 이겨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위태하며 불안정한 것이었다. 반년을 부정하고, 잠시 잊고 살다가, 이제는 인정해야 되겠다 싶을 때쯤. 또다시 한 살을 얻어먹게 된다. 각종 회의감에서 비롯되어 번져나온 우울함은 사랑하는 제 연인과 평생 함께하는 삶을 얻었다고 해서 나가떨어져주는, 그런 쉬운 놈은 전혀 아...
안녕하세요 하란입니다. 오랜만에 알림을 띄우면서도 연성글이 아닌 공지글임에 송구스럽네요. 사실 멤버십 기능을 쓸 생각은 없었는데, 이곳은 어찌되었든 제 공간이기 때문에 조금은! 솔직해지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오로지 제가 보고싶은...그러니까, 야한 글을 쓰고 싶어서요. 파랑 짹짹이에서 저를 보셨다면 아마 잘 아실 거예요. 굉장한 변태력을 가진 사람이란 것...
"형." "어. 깼어?" "언제 왔대." "좀 전에." "아닌 것 같은데." 애기는 봐야겠고, 그렇다고 밥을 안 먹을 순 없고. 한 팔로 민이를 안고 있으면서 나머지 한 손으론 조심조심 국을 뜨고 있었다. 저래서는 오늘 안에 밥 먹긴 글렀다. "나와봐." "됐어. 가서 자." 쓱 밀어오는 엉덩이가 귀엽다. 국을 퍼느라 집중해서 벌어진 입술도. "얼른 가서 ...
"아, 혀엉. 그만 놀려. 애기 넘어가." 민이가 우당탕 뛰어와 나의 옷깃을 붙잡고는 다리 뒤로 제 몸을 숨겼다. 우리보다는 훨씬 작은 세상을 사는 민이에게는 이곳이 저의 존재를 감추어 주는 완벽한 피신처였을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나쁜 아빠. 그 귀여운 순수함을 존중해 줄만도 한데 민이 거기 있는 거 다 알지, 하며 호박 인형을 가장한 채 가까이 다가온...
연애 시절부터 민이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그 열 달. 그러니까 총 5년간. 그동안의 민현은 굉장히 자상했다. 그게 어느정도였냐면 산후조리원 온 건물에 소문이 쫙 퍼질 정도랄까. 거의 뭐 유재석이나 다름없는 인기스타였다. 재환씨는 좋겠어요. 신랑이 이렇게 다정해서. 그 말에 나는 아마도 이렇게 대답했었던 것 같다. 네. 너무 행복해요. 그랬던 저였는데. 민이...
"빠빠 먹어야 돼 너. 이리 와." "자깜만. 나 압빠랑 얘기하구 이짜나." 말이나 못하면. 민이는 짐짓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손바닥을 내보인다. 민이의 마음 속 넘버원은 매일 씻겨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는 저가 아닌 바로 민현이었다. 제 빠방을 로보트로 변신 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슈퍼맨. 육아의 현실을 제대로 느끼기 전엔 나도 꽤 순진한 부모였다. 저...
@Ha_la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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